지난 20일 대전 안영생활체육공원에는 축구 가방을 둘러멘 동호인 선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들은 동호인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FA컵에 출전한다는 설렘을 안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대전유성구를 연고지로 하는 서부FC의 도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서부FC의 감독을 만나봤다. 서부FC 감독은 바로 이 팀을 만든 주역이자 충남 논산시에서 제조업 회사를 운영하는 김봉국 회장이다. 서부FC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에는 김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이름인 ‘(주)태양인슈’가 새겨져 있었다.
김봉국 감독은 “우리 선수들 중에서 내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이 8명이나 된다. 생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취업을 원하는 선수들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창단한 서부FC는 2019년 K7리그에 발을 들인 후 매년 승격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K5리그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해 K5리그 대전권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각 권역 상위 팀이 모이는 K5 챔피언십에서도 4강까지 오르며 올해 FA컵 출전권을 따냈다.
서부FC에는 프로 출신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성인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박규선을 비롯해 수원FC와 경남FC에서 활약했던 김정빈, FC서울에서 뛰었던 윤시호, 대전시티즌 출신의 강정훈과 안상현이 속해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냉정하게 자신들의 실력을 돌아봤다. 그는 “프로 출신 선수들이 많아 경험에서 나오는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직장인들로 구성돼 있기에 많은 훈련을 소화하기 어렵다. 대회를 앞두고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훈련을 해왔다”고 밝혔다.
전력 누수도 있었다. 지난해 대전 권역 득점 1위를 차지했던 김정빈은 현재 천안제일고 코치를 맡고 있는데 천안제일고가 전국대회 16강에 진출하면서 이날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박규선은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고,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강정훈 감독은 40대 중반이라 90분 경기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서부FC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첫 승이다. 체력적인 부담만 이겨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적인 고민도 했지만, 선수들을 믿기로 했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날 경기에는 흥미로운 인연도 있었다. 이날 서부FC가 상대하는 K3리그 청주FC는 모그룹이 SMC엔지니어링인데 공교롭게도 서부FC가 지난해 K5 챔피언십에서 직장인팀 SMC엔지니어링을 3-2로 꺾은 바 있다. 청주FC 최상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오늘 경기는 형제 구단인 SMC엔지니어링의 대리 복수전”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방심하지 않은 청주FC는 서부FC 입장에서는 넘기 힘든 산과 같았다. 전반은 잘 버텼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서부FC는 전반 4분 만에 상대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으나 추가 실점 없이 전반을 0-1로 마쳤다. 골키퍼 일대일 찬스도 잡았지만 아쉽게도 동점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낸 서부FC는 후반에만 5골을 허용하며 0-6으로 졌다.
첫 K5리그 입성과 함께 FA컵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서부FC는 이제 내년을 기약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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