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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고산면 청소년센터 ‘고래’의 꿈은 언제 다시 이어질까 

농협 창고건물 리모델링 2017년 고산 6개 면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조성

송석봉 기자 | 기사입력 2022/03/02 [16:12]

완주군 고산면 청소년센터 ‘고래’의 꿈은 언제 다시 이어질까 

농협 창고건물 리모델링 2017년 고산 6개 면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조성
송석봉 기자 | 입력 : 2022/03/02 [16:12]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청소년센터 ‘고래’의 꿈은 코로나19로부터 조속히 일상을 회복해 아이들이 다시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고산성당과 고산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고래’는 완주군이 지난 2017년 7월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협 창고건물을 연건평 420㎡의 2개 동에 탁구대와 프로그램실, 노래방, 청소년아지트, 세미나실 등으로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다.

 

농촌 아이들의 ‘천국의 공간’으로 한때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했던 이곳은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온기(溫氣)가 식은 안타까움을 이어가고 있다.

 

2일 오전 11시에 찾은 ‘고래’는 지역 청소년들이 공부도 하고 친구와 토론도 하며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답고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었다. 코로나19의 역습으로 작년 12월 중순 이후 2개월 이상 휴원 상태여서 다소 썰렁했지만 문만 열면 아이들이 와르르 쏟아질 듯 환상이 겹쳤다.

 

아이들의 땀 냄새가 났던 탁구대, 꺄르르 떠들며 목청을 돋웠던 노래방, 지난날에 머물러 있는 게시판의 각종 계획서, 최애 공간이었던 트리하우스의 썰렁함, 사방에 부착된 포스트잇의 글씨와 인증 사진 속 환한 미소, 물기 하나 없이 잘 정돈된 주방 등등. 이 모든 풍경은 아이들의 일상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듯 했다.

 

완주군은 당초 이곳을 문화예술촌으로 개조하려다 지역 주민들이 청소년 공간으로 활용해 달라는 건의에 방향을 틀었다. 고산면을 포함한 인근 6개 면의 초·중·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은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없어 편의점을 기웃거리곤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자신만의 사색 공간이 없어 청소년 공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간정한 소망이었다.

 

완주군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기관 연구 용역과 학생·학부모와의 소통 간담회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100% 반영해 청소년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안문화 공간이자 학교 밖 학교, 마을 도서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고래’의 명칭 또한 청소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고산의 미래’와 ‘오래된 미래’를 의미하는 ‘고래’는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크고 평화로운 동물인 고래처럼 우리 아이들이 큰 꿈을 꾸며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고래’의 모토는 ‘마을시민을 키우는 환대와 성장의 공간’이다. 아이들이 직접 ‘무모한 공작단’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을 채우며 함께 성장하고, 학부모들과 완주 로컬푸드, 커뮤니티 식당 등은 자발적으로 간식과 식재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토를 실현해 나갔다.

덕분에 아이들은 매일 40~50명씩 모여 함께 숙제도 하고, 간식도 먹고, 취미를 살리면서 미래의 희망을 키워나갔다. 학습과 진로 상담, 요리 체험 등 매년 진행하는 4~5개의 프로그램 역시 아이들의 참여 속에 대히트를 쳤고, 학부모들은 “고래가 있어 고민이 없다”며 걱정과 한숨을 덜 수 있었다.

 

아이들의 꿈은 개관 2년 여 만에 닥친 코로나19의 공습으로 잠정 중단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66일과 269일에 달했던 운영일은 2020년엔 107일로 뚝 떨어졌고, 그나마 작년에는 143일로 약간 늘었지만 고산 6개 면 아이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019년 한해 1만1,000명에 육박했던 방문객 역시 지난해에는 4,300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날만 간신히 아이들의 온기를 이어갔다.

 

청소년센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고래’를 배우겠다며 벤치마킹하겠다는 발길도 뚝 끊겼다. 2018년 15개 기관에서 450여 명이, 이듬해에는 48개 기관에서 1,400여 명이 ‘고래’를 방문했으나 작년에는 5개 기관 관계자 30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고산면의 중2년인 K군은 “방과 후에 친구들과 모여 숙제도 하고 탁구도 치는 천국의 공간이 문을 닫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발길이 ‘고래’로 향해 깜짝 놀라곤 한다. 빨리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청소년지도사로 2019년 이후 근무해온 김숙희 씨는 “아이들이 유리벽 밖에서 기웃기웃 하며 ‘언제 문을 여느냐?’고 물어올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고래’의 꿈은 언제 다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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