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바우배기 성지, ‘포로 로마노’ 염두 두고 소박한대로 보존해야조 광 고려대 명예교수 ‘초남이성지 2차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강조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 3인의 묘소 발굴에 따른 성지 개발은 ‘포로 로마노(Foro Romano)’를 염두에 두고 복원보다 보전을 소중히 해 외적 화려함보다 내적 충실성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완주군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는 31일 군청 1층 대회의실에서 각계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남이성지 역사 재조명과 종교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 제고 방안을 위한 2차 학술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조 광 고려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는 이날 ‘조선 후기 정치·사상적 변화와 천주교’에 대한 기조강연을 통해 “1791년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죽음으로 귀결된 ‘진산사건(珍山事件)’은 조선 천주교사회에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해 주는 사건이었다”며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규정하는 작업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박해 사건으로 부르는 진산사건은 1791년 전라도 진산(지금의 충남 금산)에서 윤지충이 모친상을 당한 후 모친의 제사를 폐하고, 사판(祠版)에 불을 지른 사건에서 발단돼 윤지충과 권상연은 참형을 당하게 된다.
조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당시 조상제사 거부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회적 반응을 가져왔고,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다”며 “이런 까닭으로 당시 양반지배층에서는 제사 거부를 혈연중심의 가족주의를 거부하는 패륜 행동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제 진산사건이 가진 향후 과제를 생각하고 역사적 의미를 규정하는 작업을 다져나가야 한다”며 “당시의 천주교 신자들은 조상 제사 폐지를 통해 전통적인 관념과 단절을 시도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를 자기와 같이 하라’는 가르침을 새로운 가치판단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서 그들은 신분제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사회를 여는 실천적 행동으로 더욱 확실히 전환되어 갈 수 있었다”며 “진산사건에 관한 연구는 이런 역사적 검토를 심화시켜 나가야 함과 동시에 현대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윤지충과 권상연, 그리고 윤지헌의 묘소 발굴에 따른 유적과 유물의 보전 문제도 함께 언급하고자 한다”며 “이곳을 가꾸려는 사람들은 오늘날 로마 시내 중심부 가까이에 있는 ‘포로 로마노(Foro Romano)’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인들이 모여 활발히 활동했던 원로원과 사원, 개선문 등 과거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기둥이나 초석만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조 교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마 시대 유적을 보전했지 복원하지 않았다. 복원된 건물보다 남아 있는 흔적 자체가 더 소중하다고 건설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소박한 무덤은 소박한대로 보존될 때 바우배기 성지는 더욱 성지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바우배기에 가득 찰 거대한 건물들로 외적 화려함을 자랑하기보다 내적 충실성을 다져 나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순교자들의 정신을 널리 알고 따르는 일을 촉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세미나는 조선 후기 전라도 지역 순교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1부와 종교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2부에 이어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가 참석하는 종합토론, 바우배기 묘소 답사 등으로 이어졌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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