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2022 KFA 풋볼페스티벌’은 한국축구의 과거와 미래를 위한 축제의 장이다. 이번 풋볼페스티벌에는 20년 전 전설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진심을 담아 조언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교보생명과 함께하는 KFA 축구공감 토크 콘서트(이하 축구공감 토크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열린 이번 토크 콘서트는 한준희 해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패널은 2002 레전드인 김병지, 이영표, 이천수와 이들의 후배이자 유명 유튜버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원희가 참가했다.
축구공감 토크 콘서트는 지난 2013년 아카데미 형태의 강의로 시작했으며 2014년부터 국가대표 선수 부모, 국가대표 선수, 유명 축구 지도자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2020년을 끝으로 코로나19 탓에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가 2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
학부모 및 유소년 축구선수 약 350명이 참가한 이번 축구공감 토크 콘서트는 2시간 30여 분 동안 빈틈없이 채워졌다. 앞서 레전드 올스타전을 마치고 온 김병지, 이영표, 이천수, 조원희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풀었다. 사전에 접수된 질문과 현장 참가자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했다. 참가자들은 패널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2002년, 한국 축구가 달라진 시간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축구공감 토크 콘서트는 한일월드컵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한국 축구의 기틀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병지는 “2002년 이전에는 인프라가 그리 좋지 못했다. 공설운동장에서 주로 뛰었으며 그 당시의 유망주들은 목표가 대부분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에는 국내 인프라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유망주들도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눈부신 성과가 후배들의 발전을 이끈 것이다. 조원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없었다면 나와 같은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대우를 받으면서 축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2002 선배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알에서 깨어난 시간”이라면서 “2002년 이전 한국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했던 나라였다. 세계 무대에 나가면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우리보다 강한 상대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천수도 이영표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2002년 이후 전국적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가 축구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혔다.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 (2002 한일월드컵의) 가장 큰 성과”라고 이야기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4강 성과를 현실로 만들어낸 장본인인 만큼 많은 지도자들이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영표는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훌륭한 전술이나 훈련을 잘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축구는 벤치에 누가 앉아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스포츠다. 선수가 매 경기 100%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능했던 지도자”라고 말했다.
김병지는 2001년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 당시 골문을 비우고 나와 드리블했던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의 나는 드리블 후 킥을 하면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축구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02년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외면을 받은 후) 감독님이 밉기도 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후 팀을 위해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던 것이 K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언급했다.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마세요’
이영표, 이천수, 조원희는 현역 시절 해외에서 뛴 경험을 가지고 있다.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해외 생활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때문이었다. 패널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향후 해외 진출을 꿈꾸는 유소년들이 실수하지 않기를 원했다.
조원희는 2009년 잉글랜드 위건 애슬래틱에서 뛰었다. 당시를 회상한 조원희는 “나는 잉글랜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체류 기간도 짧았고 경기에 많이 나서지도 못했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불평불만만 쌓였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다 잉글랜드 생활을 같이 했던 박지성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조원희는 “박지성에게 한탄을 했더니 ‘너는 태도부터 잘못됐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이 말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소통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소년 선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아이의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천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뛰었던 이천수는 “스페인 시절 나는 간단한 영어도 알아듣지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 나가다 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소통 문제가 제일 컸다. 직접 느껴보니 알겠더라. 그래서 우리 딸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 유소년 축구선수라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패널들에게 평소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 참가자가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선수는 어떻게 회복하는 것이 좋은지 묻자 조원희는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탓, 상황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슬럼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원희는 “나는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있던 시간이 길었다. 프로 생활 15년 중 2년 이상을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스스로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부족한 점을 느끼고 보완하면서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준비를 꼼꼼히 한다면 슬럼프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2 한일월드컵이 남긴 유산이 K리그까지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현 강원FC 대표이사인 이영표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더 많은 팬들이 K리그 경기장에 올 수 있도록 관심과 재정이 들어서야 하는데 아직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강원FC 경기를 볼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경기를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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