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오스트리아와 함께 첫 대규모 예술 장신구 교류전 연다현대장신구를 ‘예술의 표현 수단’이자 ‘대안적 소통 매체’로 주목
[핫타임뉴스=양종열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5월 28일 ~ 7월 28일까지 한국-오스트리아 현대장신구 교류전 '장식 너머 발언'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892년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를 맺은 이래 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예술 장신구 교류전으로 양국의 작가 총 111작가/팀의 대표작품 675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후원하고 서울공예박물관이 주최한다. 지난 2023년 7월 18일, 서울시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이 ‘상호 교류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마련된 첫 행사다. 이번 교류전의 제목은 '장식 너머 발언'이다. 과거 권력의 상징이자 탐미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전통 장신구의 의미를 넘어 재료와 형식 실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언어’로 등장한 현대장신구에 주목하겠다는 전시의 취지를 담았다.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자 대안적 소통의 매체로 자리 잡은 현대장신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현대장신구(Contemporary Jewellery)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성된 공예 장르로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작가들의 활동이 본격화 됐다. 과거 부와 권력을 상징하거나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한 장식품이었던 장신구가 독립적인 예술품으로 인식되면서부터 장신구에 과감한 재료와 형식을 더한 공예적 실험이 이어졌다. 작가들은 장신구를 예술적,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 표현 매체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기계화 시대의 직선적 이미지와 간결한 형태 혹은 과장된 형식 도입을 통해 ‘착용’에 대한 개념적 실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장식 너머 발언'의 준비를 위해 양국의 큐레이터는 지속적인 작품과 전시 연구,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다. 오스트리아 연방 문화예술공공서비스체육부와 오스트리아 국제문화사무국에서는 후원을 통해 이번 전시 비용을 공동 부담했다. 이번 교류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의 황혜림, 이효선 큐레이터와 오스트리아 독립 큐레이터 수잔네 함머(Susanne Hammer), 우르술라 구트만(Ursula Guttmann)이 함께 약 1년여간 소통하며 기획했다.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중심의 현대주얼리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조명했던 기존의 전시를 보다 넓고, 새로운 시각으로 확대하여 기획했다. 수잔네 함머와 우르술라 구트만은 2022년《그들의 마음 : 오스트리아의 주얼리 Mind of Their Own : Jewellery from Austria》을 기획해 현대 주얼리의 본거지인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선보인 바 있고, 서울공예박물관 의 두 큐레이터는 위 전시의 내용과 규모를 확장해 한-오 공통의 담론을 도출할 수 있는 공동 기획전시로 발전시켰다.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1부 ‘주얼리 아방가르드(Avant-garde Jewellery)’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과 오스트리아 양국의 현대 장신구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다. 1부에서는 31명의 작가(오스트리아 23인, 한국 10인)로부터 출품된 총143점의 작품(오스트리아 80점, 한국 63점)을 통해 양국의 선구자 세대 작가들의 활동상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1970년대, 오스트리아 1세대 현대 장신구 작가들은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정치적 발언을 장신구에 직접적으로 담으며 활동했다. 동시대 한국의 1세대 작가들은 금속공예 기반의 현대장신구에 국제적인 경험을 더하여 장신구 안에 신체성과 자연의 심상을 보다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오스트리아는 자국을 넘어 유럽 현대장신구를 이끌었던 ▲엘리자베트 J. 구. 데프너(Elisabeth J. Gu. Defner) ▲아니타 뮌츠(Anita Münz)등의 작품과 더불어 33건의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한국은 ▲이정규 ▲김정후 등을 비롯하여 금속공예를 기반으로 예술장신구의 개념을 전파한 7명의 작가와 당시의 장신구 중심의 갤러리 활동 등을 소개하는 14건의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전시한다. 2부 ‘현대장신구의 오늘(Contemporary Jewellery Now)’은 2000년대 이후 가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현대장신구 작품들을 선보인다. 양국 현대장신구의 공통된 제작 주제로 감지되는 ‘신체’, ‘자연’, ‘서사’를 소주제로 양국의 언어를 그대로 살려 대구를 이루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첫 번째 소주제는 신체다. 한국은 '착용과 신체성(Body and Wearability)'을 키워드로 ‘착용’에 대한 개념이나, ‘신체의 움직임’ 등을 표현하기 위해 비물질적 재료를 사용하거나 신체에 관한 개념적 접근 방식을 탐구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광선 ▲전은미 작가를 비롯한 총 12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오스트리아는 '신체와 젠더허물기(Body and Undoing Gender)'를 키워드로 페미니즘적 경향과 신체를 매개로 한 실험적 장신구를 선보인 ▲우르줄라 구트만(Ursula Guttmann) ▲미셸 크래머(Michelle Kraemer) 등 총 8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소주제는 자연이다. 한국은 '자연의 접목과 실천성(Nature and Practicality)'을 키워드로 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표현하고 나아가 공예의 윤리적, 실천적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공새롬 ▲김용주 등 총 12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자연을 말하기(Relating Nature)'를 키워드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형식의 전환과 배열, 재료 실험을 보여주는 ▲베른하르트 슈팀플-아벨레(Bernhard Stimpfl-Abele) ▲베네딕트 피셔(Benedikt Fischer) 등 11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 번째 소주제는 서사이다. 한국의 키워드는 '시공간의 서사성(Narrativity of Space and Time)'으로 나, 작품, 세계 간의 상호작용을 구조적 형태로 선보이는 ▲정준원 ▲엄유진 외 총 17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오스트리아의 키워드는 '이야기의 제시(Offering Stories)'를 주제로 독창적 기술과 형식으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는 ▲수잔네 함머(Susanne Hammer) ▲페트라 침머만(Petra Zimmermann)등 13작가/팀의 작품을 선보인다. 3부 ‘현대장신구의 내일(Crafting the Future)’은 전통적 생산 방식과 새로운 기술이라는 양단에서, 미래의 제작 환경을 고려한 현대장신구 작가들의 새로운 제작 방식과 태도를 살펴본다. 더 나아가 양국의 현대장신구 특징 및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한국은 3D 제작 방식과 플라스틱 등 산업 소재를 활용하는 ▲윤덕노 ▲조성호를 포함한 총 다섯 작가의 작품에 주목하고, 오스트리아는 ▲슈테피 모라베츠(Stephie Morawetz) ▲콘스탄체 프레히틀(Konstanze Prechtl) 등 기존 생산 방식에 대한 대안이나, 개념을 제시하는 다섯 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외에도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111명 작가/팀의 대표 작품 111점을 선정하여 '매칭 주얼리' 코너를 마련했다. 체험자의 의복을 스캔한 후 색상을 분석하여 의복의 색상과 가장 어울리는 장신구 작품을 매칭시켜주는 ‘상호작용형(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이다. 이 코너를 통해 관람객은 공예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5월 30일 목요일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과 오스트리아 현대장신구 작가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또한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서울 문화 밤'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담당 학예사들의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시대 현대장신구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한국-오스트리아의 사상 첫 대규모 공예 교류전인 '장식 너머 발언'을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이 현대장신구를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더불어 이번 전시가 양국의 현대장신구 작가들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한국과 오스트리아 양국의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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