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 60대 여성을 노린다최초 접근부터 증거인멸까지 범행의 전 과정이 마치 영화 ‘트루먼 쇼’를 방불케 해
[핫타임뉴스=노영찬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화금융사기 범죄조직이 검찰청ㆍ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으로 속이는 기관사칭형 수법으로 60대 이상 고령층, 특히 여성을 노리고 있다.”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 전화금융사기 통계에 따르면 올해도 여전히 20대 청년층이 기관사칭형 수법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나,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피해 비중은 54%로 감소했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증가하면서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4,426만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전체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 중에서 1억 원 이상의 다액 피해 건수도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72% 증가한 763건이 발생했다. 고령층 중에서도 특히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부족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을 꼽을 수 있는데, 범죄조직은 이 점을 이용하여 선한 역과 악역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완전히 세뇌시킨다.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는 전화ㆍ우편ㆍ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 결국 검찰이나 경찰ㆍ금융감독원처럼 정부로 속여 말하여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라고 속이는 특징을 지닌 전형적인 수법이다. 기관사칭형 수법은 마치 다른 모든 등장인물에 의해 꾸며진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 ‘트루먼 쇼’를 떠올리게 한다. 피해자가 ①카드 배송원, ②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 ③금융감독원 과장, ④검찰청 검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실은 다양한 배역을 맡은 범죄조직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치시킨 악성 앱은 모든 통신을 범죄조직원들과 연결되게 함으로써 철저하게 꾸며진 영화 세트장처럼 피해자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카메라와 녹음ㆍ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기능을 탈취하여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내내 지켜본다. 범죄조직이 기관사칭형과 같은 전형적인 수법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따라 범행 시나리오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최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투자리딩방 범죄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징후를 포착했는데, 그 수법은 다음과 같다. 범죄조직은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6일에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하여 대규모 국제 전화금융사기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습니다. 범인들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하여 심각한 손실을 입혔는데, 선생님의 송금기록도 확인이 됩니다.”라며 메신저로 접근한다. 실제로 올해 5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서 치안 총수회담을 했던 사실을 범행 시나리오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후 사칭범은 “금융감독원에서 범죄자금을 감독 중인데, 투자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전액을 환불해 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신원증명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시면 본인 여부를 확인 후 사기 피해금을 모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속이며 위조한 사원증을 보여주기도 한다. 피해자가 정보를 제공하면 피해 보상금은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가짜 가상자산을 전송해주고 향후 가치가 폭등한다며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잠깐의 시간을 내어 경찰청에서 공개한 시나리오와 예방 영상을 통해 범죄 수법 및 예방법을 익혀두고, 가족과 지인에게 공유한다면 평생 모은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변종 수법이 확인되는 즉시 예·경보 메시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릴 테니 국민께서 항상 세심한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경기뉴스 기사보기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