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환경공무관들 청소때 주운 동전, 어려운 이웃 성금으로 내놔새벽부터 큰길 청소하며 100원짜리 동전 등 주워 저금통에 넣어
#새벽5시30분부터 을지로를 청소하는 환경공무관(옛 환경미화원)인 A씨.
그는 커다란 빗자루로 거리를 쓸다 찌그러진 은색 100원짜리 동전을 주워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 새벽작업이 끝난 후 공무관 휴게실로 돌아오자마자 휴게실 입구에 있는 돼지저금통에 그 100원짜리 동전을 넣었다. 돼지저금통은 A씨보다 먼저 일을 끝내고 들어온 미화원들도 동전을 넣었는지 무게가 묵직했다.
중구청 환경공무관들이 그동안 작업하며 길가에서 주운 동전 86여만원과 자신들의 돈을 보탠 207만원을 12월28일 김길성 구청장에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14일 환경공무관 추계 단합행사때도 김길성 구청장에게 108만원을 기탁한 바 있다.
이처럼 이들이 거리의 동전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
보통 새벽 5시까지 출근하는 환경공무관들은 새벽 5시30분부터 오전8시까지, 오전9시부터 낮 11시30분까지, 오후1시부터 2시30분까지 매일 3차례 중구의 큰 길가를 청소한다.
출근길 시민들의 안전한 위생을 책임지고 있기에 새벽부터 온힘을 쏟아 청소하는데 빗자루를 쓸면서 곧잘 100원짜리 동전을 발견한다. 그러나 동전 자체가 소액인데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동전을 밟고 다닌탓에 찌그러진 경우가 많아 환경공무관 대부분은 쓰레기로 간주해 그대로 작업포대에 넣었다.
하지만 100원짜리 동전이 아깝다는 생각에 주운 후 작업이 끝나고 공무관 휴게실로 돌아와 커피 자판기를 이용하거나 이를 모아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는 공무관들도 있었다. 일부 공무관들은 점심식사를 하고 받은 거스름 동전을 휴게실 입구의 신발장 위에 놓기도 했다.
어느날 신발장 위에 수북히 쌓인 동전을 보고 한 환경공무관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것을 모아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면 어떨까라는 것.
처음에는 다들 모아봤자 그게 얼마나 되냐며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얘기를 들은 환경공무관노조 조흥래 중구지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냇물이 흘러 강이 되는 것처럼, 동전 하나 하나는 푼돈일지 모르겠지만 모으면 큰 돈이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모은 돈을 간식사는 것 보다 더 좋은 곳에 사용하면 의미가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했죠."
게다가 몇 년전 중구청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위생원들이 각 사무실에서 나오는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수거해 판매한 금액을 모아 연말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여 화제를 모은 것이 떠올랐다.
조흥래 지부장은 각 권역별 환경공무관 반장들을 불러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반장들은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지부장의 의견에 동의했고, 이내 공무관 휴게실 5곳에 돼지저금통을 비치했다.
간식비로 사용하던 동전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는 것에 반대하는 환경공무관들은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하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환경공무관들은 거리를 청소할 때 동전이 있나 없나 세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는 동전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했다. 모바일 결제가 대세라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큰 길가에 버려진 동전들이 많았다.
이렇게 발견한 동전은 작업이 끝난 후 휴게실로 돌아와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찰랑찰랑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환경공무관들은 지친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년 12월 중순이면 그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노조사무실에서 개봉하는 것이 환경공무관노조 중구지부의 새로운 전통이 됐다. 이 날은 노조지부장 뿐 아니라 각 권역별 반장들이 다 모여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들이 얼마나 되는지 하나하나 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조그마한 것 하나에도 신기해하는 유치원생들을 보는 것 같을 정도.
"처음에는 돼지저금통을 개봉하면 다시 쓸 수 없어 버렸어요. 그런데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할 우리 청소행정과 환경공무관들이 쓰레기를 만들어서야 되겠냐며 이의를 제기한 환경공무관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코를 열고 닫아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돼지저금통을 사용하고 있죠."
이렇게 올해까지 모은 동전 금액만 약 880여만원.
처음에는 돼지저금통에 있는 동전만을 모아 기탁했으나 본인들도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일부 환경공무관들의 뜻을 받아들여 지금은 전 환경공무관들이 십시일반 연말에 낸 회비를 더해 기탁하고 있다. 어떤 환경공무관은 퇴직을 앞두고 10만원의 성금을 내기도 했으며, 환경공무관 상조회에서는 상조회비 일부를 성금에 보태고 있다.
이처럼 모은 동전에 공무관들의 성금까지 보태 환경공무관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낸 금액이 무려 약 2천1백여만원에 이른다. 조흥래 중구지부장은 "많은 돈을 내야만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민들이 편안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새벽 일찍부터 일을 하는 환경공무관들도 서민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핫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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