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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 1,500여 년 전 대가야 제의시설 또다시 발견되다!

사적 ‘고령 주산성’ 발굴현장공개

박재만 선임기자 | 기사입력 2022/12/12 [11:08]

고령군, 1,500여 년 전 대가야 제의시설 또다시 발견되다!

사적 ‘고령 주산성’ 발굴현장공개
박재만 선임기자 | 입력 : 2022/12/12 [11:08]

▲ 1 500여 년 전 대가야 제의시설 또다시 발견되다

 

고령군에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추진하고 있는 ‘고령 주산성 정비사업부지 내 (추정)제사지 일원 정비·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시·발굴조사에서 대가야의 제의유적과 관련된 시설이 발견되어 15일 발굴현장을 공개한다.

* 발굴현장: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 산58번지 / 조사기관: (재)대동문화재연구원

 

(재)대동문화재연구원에서는 2022년 8월부터 사적 제61호 고령 주산성의 남서쪽에 인접한 독립 봉우리에서 대가야의 국가제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의시설(祭衣施設)을 조사했다. 이는 작년, 2021년 12월에 가야지역 최초로 조사한 바 있는 고령 연조리 제의시설에 이어 대가야의 주산 반대편에서도 또 유사한 대규모 시설이 노출된 것이다.

 

고령 연조리 제의시설은 주산에서 북동쪽으로 뻗어있는 주능선의 해발 235~240m 지점의 설상대지(舌狀台地) 말단부에 조성됐다. 거기에는 직경 9.5m 규모의 외원내방(外圓內方)형 토석혼축 제단과 그 남쪽 공지에 배례공간이 구비된 형태이다.

 

고령 지산리 (추정)제의시설은 주산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초입의 독립된 봉우리(해발 250m)와 그 둘레를 따라 대규모 석축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조선고적조사보고』에는 이곳이 주산성의 제2내성인 토성지로 보고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봉우리의 정상에서 마련된 제단과 그 주변 경사면을 따라 석축을 쌓아 평탄하게 공간을 넓혔음이 확인됐다. 석축범위는 북동쪽을 제외한 장타원형으로 둘레 270m, 너비 40~60m 정도이며, 주축은 북서-남동방향이다.

 

이 유적은 정상부의 제단 추정지와 주변의 석축에 의한 평탄부로 구분된다. 제단 추정지는 현재 거의 기반층까지 후대의 교란으로 인해 하단 일부만 확인됐다. 출토유물로 보면, 대가야 이후 조선시대까지 활용되면서 대가야 때 설치한 시설물의 대부분이 유실되고 그 자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충청남도 서천 봉선리 제사지의 유존양상과 유사하다. 그 중에는 작은 잔자갈이 깔려 있는데, 그곳이 제사행위와 직접 관련된 부석 부분으로 보인다.

 

주변 능선부 측면을 따라 조성한 평탄부는 배례공간 또는 제의를 준비하기 위한 행사공간으로 추정된다. 중앙부의 제단시설 주변과 남쪽능선의 서편으로는 너비 10m 정도까지 넓혀 평탄한 대지를 조성했다. 현재는 자연 유실과 침하 등으로 인해 약간 경사졌지만, 단면상에서 당시의 조성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평탄부 범위는 능선을 따라 해발 248m에서 해발 223m 지점까지 17~20°의 경사를 이루며, 지형의 제약으로 전체가 좁은 편이다. 석축부 뒤채움은 점토와 할석을 혼입했고, 지대석 위의 면석이 높이 약 1m 이하 유존한 상태이다. 토압에 의해 면석이 상당부분 무너졌지만 높이는 석축산성(특히 인접한 주산성)과 달리 그다지 높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뒤채움 내에서 경사지게 조성된 별도의 석축이 확인되는 점을 보면 석축부 외면과 뒤채움이 일반 경사면 또는 계단식 경사면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이 기존 편축식 석축산성과는 그 구축방법이 다르고 외형이 유사한 서천 봉선리 유적의 대지 조성 구축 방법과도 다르다. 이 유적의 조성시기는 평탄대지 정지층 내에서 출토된 토기편이 5세기 후엽에서 6세기 전반의 것이어서 늦어도 주산성 축조와 비슷한 6세기 전반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적을 작년에 조사한 연조리 제의시설과 비교해 보면, 주산을 중심으로 대칭되는 위치인 남쪽에 위치하고, 연조리 제의시설 및 공간보다 규모가 월등하며, 가야산 조망이 탁월하고 지산동고분군의 직상위에 위치한다. 이러한 점들은 지산동고분군과 관련성도 있겠으나 가야산을 배경으로 둔 대가야의 국가제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앞서 확인된 연조리 제의시설도 발굴 당시에는 제단의 입지와 규모, 배례공간의 위치로 볼 때 연조리고분군을 대상으로 한 제사유적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제의시설과 관련한 대가야사학술회의를 통해 대가야의 국가제사, 대가야 건국신화와 관련한 가야산신 정견모주를 기리는 제의시설 등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제기됐다.

 

이렇듯 대가야 왕도의 진산인 주산을 중심으로 남서쪽(지산리)과 북동쪽(연조리)의 대칭되는 곳에 대가야의 제의장소로 추정되는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향후 대가야의 중요 제의유적 나아가 국가제사까지 구명할 중요 자료로 판단된다.

 

이남철 군수는 “대가야의 수도인 이 곳 고령에서 대가야의 제의시설이 발견되어 매우 의미있는 발굴성과라고 생각된다. 발굴조사 된 제의시설과 작년에 발견된 연조리 제의시설 등을 비교 연구하여 대가야의 건국신화와 국가제사의 연관성 등을 밝혀 대가야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령군과 대동문화재연구원은 발굴조사 내용을 오는 12월 15일 일반인에게 발굴현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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